괴델, 에셔, 바흐

이 책을 처음 접한지 십여년. 흥미를 잃은지는 오래됐지만 항상 끝내지 못한게 짐이었는데 이제 그 짐을 덜며 서평을 쓴다.


G?del, Escher, Bach: An Eternal Golden Braid
Douglas R. Hofstadter
ISBN : 0465026567

(한글번역)
괴델 에셔 바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옮긴이 : 박여성)
ISBN : 8972912301 (상), 897291231X (하)

“괴델, 에셔, 바흐”는 저자가 20주년 기념판의 서문에서 도대체 무엇에 관한 책인가를 설명하고 있을 정도로 오해가 많은 책이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단지 독자들의 이해력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라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설명방식 또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우선 이 서평을 계속 읽어야 할 지 말 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이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무엇에 관하지 않은 것인가를 말하는 것이 좋겠다. 혼란은 제목에서부터 시작된다. 왜냐하면 이 책은 괴델, 에셔, 혹은 바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람들의 작업에 대해 많은 분량을 (그리고 자주) 할애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자가 의도하는 논의를 진행시키기 위해 필요한 예비적인 지식이기 때문이거나 그것과 유사성을 보여주기 위함일 뿐, 이 책의 주제 그 자체인 것은 아니다. 특히 에셔나 바흐의 작품들은, 괴델의 이론이 논의를 하는 데 필수적인 것에 반해, 이 책에서 그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그것들이 저자의 사상과 유사성을 보이기 때문에 등장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에 관한 것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다양한 주제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것뿐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자가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자기 참조적인 진술과 관련해서 생명체의 지능과 그 위계질서를 분석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괴델의 정리 뿐 아니라 DNA, 인공지능과 같은 것들까지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 과학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논의는 후반으로 가면서 인식론과 철학은 물론 신학적인 성격까지 띠게 된다. 따라서 책 전체로 볼 때, 과학에 관한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독자들도 어떤 확증적인 결말 같은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쓰여진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과학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더 좋은 자료들이 나와있지 않을까 싶다. 그보다 이 책의 가치는 그 철학적, 문학적(이 책은 기발한 언어유희로 가득 차 있다.)인 측면에 있다고 본다.

끝으로 단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당신이 이 부류라면 처음부터 14장까지만을 읽음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저자의 장황한 설명방식과 수리 논리학 외적인 내용들 탓에 1부 (Part I) 대부분은 너무 지루하리라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 보다는 저자도 언급한 Ernest Nagel 과 James R. Newman 의 “G?del’s Proof” 를 추천한다. 한국어 번역도 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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